아빠가 되는 시간 - 김신완
최근들어 MBC 피디분들의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MBC 노조의 기나긴 파업으로 인한 영향도 없지않다.
이 가정의 아빠로, 아내의 남편으로 직장의 직원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솔직한 에세이다.
나도 저자와 같이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중에, 어떠한 자세로 아이를 살피고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 배우게 되었다.
저자의 양육철학의 핵심은 "기다림"이다. 아이를 통해 한순간에 감정선이 무너지는 부모가 아니라,
넓고 깊은 헤아림으로 기다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부모가 되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욕심이나 기대, 조바심을 갖지 않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육아를 통해 쏟아낸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를 감안한다면, 기왕이면 남보다 더 잘하고 더 건강하고 더 착하게 자라주길 바랄 수 밖에..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성장과 아이가 다가오는 걸음의 간극을 이해하고 "기다림"으로 아이를 바라봐주는 모습, 어렵겠지만, 시도하고 노력해봐야겠다.
책에서 메모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
아기는 두세 시간마다 깼고, 그때마다 수시로 수유를 하며 아이를 달랬다. 아기의 울음은 인정사정없었고 지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먹이고 재우는 일을 밤낮없이 반복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시간이 1년 넘게 이어졌다. 쉴 틈 없이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말 그대로 ‘멘붕’이 왔다. 아빠와 엄마 모두 좀비처럼 변해갔다. ‘이렇게 힘든 게 육아구나···.’
2019.08.21.
-
가족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러 집을 나가려는 힘과, 가족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채우러 안으로 들어오려는 힘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한 삶이라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다.
2019.12.13.
-
은사님은 결혼 때부터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하셨다. 서울 인사동에서 아내와 함께 만나 차를 마시는데 좋은 부부 관계를 만드는 비밀을 알려주셨다. 바로 산책이었다. 기를 쓰고 산책을 하라고 했다.
2019.12.13.
-
우리가 하는 일이 석탄을 퍼 나르는 중노동은 아니라는 사실, 많은 것들이 마음이 커지면 견딜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워간다.
2019.12.13.
-
피디로 일하면서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주 묻고 답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대상의 목적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한 후 그 대상을 가장 진심으로 대할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2019.12.13.
-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후크〉(1992)라는 영화가 있다. 피터 팬(로빈 윌리엄스)은 네버랜드에서 나와 과거를 완전히 잊고 40세의 변호사로 살고 있다. 어느 날 아들과 딸을 후크 선장(더스틴 호프만)이 납치하자 그는 다시 네버랜드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옛날의 피터 팬이 아니다. 날지도 못하는 그는 동심을 되찾고자 노력한다. 동심을 찾는 건 간단했다. 바로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것,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2019.12.13.
-
항상 다짐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뜻과 다르게 흐른다. 아이들을 에덴동산에 살게 해주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문제는 파산이나 이혼, 투병 등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상처를 자주 입는다는 점이다. 나는 그 중심에 부모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가 지나가면 일상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한다. 따뜻한 아이들의 마음은 불길이 솟기도 하고 얼음처럼 식어버리기도 한다.
2019.12.13.
-
갱단은 기본적으로 미움과 분노를 자양분으로 삼는 집단이다. 그들은 누군가를 적대시함으로써 살 수 있고, 그래서 동시에 적들의 위협에 항상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의심하며 살아야 하는 게 범죄 집단의 숙명이다. 조직은 항상 분노에 차 있다. 마이클은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대한다. 말 그대로 패밀리이기 때문에 범죄 집단과 가족은 모든 게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2019.12.13.
-
분노는 악순환의 수레바퀴처럼 인생을 갉아먹고 결국 망가뜨린다. 화를 내서 화를 제압하면 결국 그 자리에 더 큰 화가 자라난다. 아이들을 훈육하는 데 화는 쓸모가 없다. 어느 순간 화를 내는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19.12.13.
-
첫째, 아빠들은 아이를 아이로 보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
2019.12.13.
-
둘째로 아빠들은 강행하는 경향이 있다. 물
2019.12.13.
-
아이를 아이 같은 어른이라 생각하면 쉽게 다그치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그저 아이일 뿐이다. 미성숙해서 집단에 부담을 주는 어른이 아니라 정말 아이다. 그러니 성인 후배 대하듯(성인에게도 인내가 필요하지만) 아이를 대하면 안 된다. 더 많이 기다리고 더 많이 이해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2019.12.13.
-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도 계속 추진하다 보면 여러 가지 파행이 벌어진다. 그것을 두고 아빠는 제 마음을 몰라준다며 화를 낸다.
2019.12.13.
-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감정의 고개를 넘겨야 한다. 억지로 중단시키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럴 때는 빨리 화를 멈추게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른도 화났을 때 제지하면 더 화가 나는 법이다. 차라리 가만히 두면 무안해서 더 빨리 멈추기도 한다.
2019.12.13.
-
아이들이 정해진 테두리 안에 잘 있다가 잘못하여 그 밖으로 나가면 화를 내기 쉽다. 그때는 아이가 멀리서 조금씩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2019.12.13.
-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게 아니다. 아이 스스로 크는 거다. 부모는 함께 걸어갈 뿐이다. 신의 은총으로 아이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엇인가를 못 해줘서 조급한 마음, 잘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그저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가 오만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나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들이라 생각하면 무리를 하게 되고 결과에 집착하게 된다. 나중에 커서도 그렇지 않을까? 스스로 만족스러울 만큼 아이에게 집중했다면 뭔가 그럴듯한 결과를 얻고 싶을지 모른다.
2019.12.13.
-
나는 육아의 강도가 높아졌을 때 아이들을 믿음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많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19.12.13.
-
부모는 아이가 제 생명력으로 자신을 지키고 성장할 거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아니, 믿어야 한다. 그리고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많은 문제가 아이가 아닌 나로 인해 생긴다는 것을 우리는 사실 다 알고 있지 않은가.
2019.12.13.
-
이 같은 생각이 차별, 특권이라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사람들이 아이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 공감대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갈등은 사라질 테니까.
2019.12.13.
-
조기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조기 교육에 실패하는 것을 넘어 막상 제때가 되었을 때 마땅히 지니고 있어야 할 의욕을 잃는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아이들이 커가면서 꿈을 잃어버린다. 중학생 자녀를 둔 선배들이 아이들이 무기력하다며 걱정한다.
2019.12.13.
-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말. 나를 사랑하지만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다는 말. 그런 건 이제 더 이상 이해받기 어려운 시대다. 그 말 자체가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9.12.13.
-
화려한 묘기를 부리는 일이라고 해서 그 과정도 화려한 건 아니다. 대부분의 일은 지루한 것의 반복이다. 허접해 보이는 일을 계속할 때는 상상했던 영광의 순간이 찾아올지 짐작하기 어렵다.
2019.12.13.
-
It’s what you do in the dark, that puts you in the light.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했던 노력들이 당신을 빛으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