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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1번째 책] 마션 - 앤디 위어 (★★★★☆)
    1000권 독서 2018. 8. 11. 23:48



    책 속의 한 구절 



    우주복의 CO2(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이 한계에 도달했다. 실제로 생명 유지를 좌우하는 것은 CO2 흡수 기능이다. 산소를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느냐가 생명 유지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지금 나의 임무는 이러하다. 지구와 교신할 길을 찾을 것. 그럴 수 없다면 4년 뒤 헤르메스가 아레스 4 대원들을 태우고 다시 왔을 때 그들과 교신할 방법을 찾을 것.

      

         난방장치, 주요 배터리들, O2 및 N2 저장 탱크들, 물 환원기, 세 개의 에어로크, 조명 시스템, 메인 컴퓨터…… 점검해나갈수록 각각의 시스템이 모두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점점 기분이 나아졌다.

      나사를 인정해줘야겠다. 무엇 하나 대강 만들지 않았다.

      

         RTG 매립지로 향하다 보니 문득, 화성은 황무지이고 나는 이곳에 ‘완전히’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다르다.

      

         “알겠습니다. 이건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 마크 와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마크 와트니 같은 사람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죠? 혼자 화성의 미아가 되어, 우리가 도우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도 모를 텐데요.”

      그러자 아이린이 대꾸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희망을 버리는 겁니다. 자신이 생존할 가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더 이상 노력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아, 동료들이 보고 싶다.

      아아, 누구하고든 5분만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누구하고든, 어디에서든, 무엇에 관해서든 상관없다.

      

         지금 나는 아주 긍정적이다. 이 행성에서 살아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날을 위해 선외 활동을 할 때마다 토양과 암석 표본을 채취한다.

      처음에는 의무라고 생각했다. 내가 구조된다면 지질학자들에게 사랑받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다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지금은 로버를 몰 때마다 암석을 채취하는 단순한 활동이 몹시 기다려진다.

      다시 우주비행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바로 그거였다. 마지못해 농사를 짓는 농부도 아니고, 전기공학자도 아니고, 장거리 화물차 운전사도 아니다. 우주비행사. 나는 우주비행사들이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얼마나 그리웠던 일인가.

     

      

         나사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신 나간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먹히다니! 이제 다시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역사상 가장 외로운 남자로 살았는데 마침내 그런 생활이 끝났다.

      

         루이스가 그의 말을 잘랐다. 그러곤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난 그를 버려두고 왔어.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그 황폐하고 우울한 황무지에.”

      베크는 도움을 청하듯 마르티네스를 보았다. 마르티네스는 입을 열긴 했지만 끝내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냥 이대로 있을 거다. 공기가 다 빠져나가면 죽어버리겠지.

      그만하련다. 헛된 희망도 그만, 자기기만도 그만, 문제 해결도 그만이다. 빌어먹을, 할 만큼 했다!

     

      

         미치가 말했다.

      “만약 자네가 범인이라는 걸 증명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고할 거야.”

      테디가 경고했다.

      미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십시오. 하지만 만약 제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저는…….”

      그는 잠시 생각한 뒤에 덧붙였다.

      “저는 국장님과 똑같은 인간이겠죠.”

      

         솔직하게 말하면 이토록 끌리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혼자라는 사실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젠장! 패스파인더를 고친 뒤로 나는 지구와 교신하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그런데 드릴을 작업대에 잘못 세워놓는 바람에 그 모든 게 날아가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겨우 4화성일만 투자하면 그런 생활을 끝낼 수 있단 말이다.

      

         나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쏟아 붓다니. 대체 왜 그랬을까?

      그렇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 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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