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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성 작가 - [지지 말아라]
    좋은글 2016. 12. 26. 19:25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중에 한명인 '이지성 작가'가 프로젝트 카페인 '폴레폴레'에 올린 글입니다.







    내 공식 데뷔작이 나왔을 때 

    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고, 서른 살이었고, 
    성남시 빈민가 옥탑방에서 살고 있었다.

    말이 옥탑방이지 
    그곳은 다세대 주택 옥상 창고를 개조해서 
    방 네 개로 만든 그런 곳이었다.
    난 그중 하나에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작가가 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셨고
    어머니는 눈물로 걱정하셨기에 
    난 십년간 몰래 글을 썼었다.

    공식데뷔작도, 나왔다고 말할 수 없었다.
    싫어하고 걱정하실 것이 뻔했기에.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작가의 삶은
    평생 경제적 수렁 속에서 헤매는 것이었기에
    난 두분의 마음을 이해했다.

    내 공식데뷔작은 대형출판사에서 나왔는데
    대형 일간지 J일보에서 만든 출판사였던지라
    출간 초기에 J일보에 자주 광고가 되었다.

    비록 당시에 종합베스트 5위였던 책의 광고에
    곁들여서 나가는 수준이었지만.

    게다가 신문 인터뷰도 몇 개 하고
    티비와 라디오에도 나가게 되었다.
    비록 시청률이 
    거의 없는 시간대의 교육방송이었지만.

    아무튼 난 책이 나왔는데, 알릴 사람이 없었다.

    정말이지 한 명이라도 축하해 줬으면 좋겠어.
    빈말이라도.
    1초라도.

    이런 말이 목구멍 가득 올라왔지만
    다시 정신차리고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집은 망한 지 오래.
    갚아야 할 빚은 최소 이십억 원.

    정말이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게다가 공식 데뷔작은 서점에 
    잠깐 진열되었다가 사라졌고, 
    1년도 안돼서 절판되었다.

    하지만 난 반드시 내 꿈을 이루게 될 거야.
    오늘의 슬픔은 언제가 내가 수많은 독자들 
    앞에서 웃으면서 말하게 될 에피소드에 
    불과해.
    자, 힘을 내자.
    넌 꿈을 이루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면서
    잠을 더 줄이고, 독서하고 집필하는 시간을 더 늘렸다.

    살아남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가혹해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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