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책장을 덮고나서 처음에는 굉장한 실망을 했다. 고 신영복 작가의 담론을 읽고 바로 읽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타 다른 자서전에 비해 솔직히 남는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책을 소개하는 글이 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기억나는 구절은 딱 하나였다.
상대방이 자신을 도울수 있도록 하면, 그 이후에는 더 큰 부탁을 들어준다는 내용.
자신에게 한번 호의를 베풀었던 사람은 호의를 베풀었다는 사실로 인해 처음보다 더 어려운 부탁도 쉽게 들어준다는 내용.
하지만, 보통의 자서전과는 다른점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솔직함" 이었다.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돈을 주고 성관계를 했다는 내용이나, 당시 목사들의 설교를 듣고 비판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시도했던 캠페인들을 솔직하게 나타내었다.
한국이었다면 단 몇줄의 내용만으로도 공격의 대상이 되었을 텐데, 책 전반에 트집잡을 만한 꺼리들이 배치되어 있다.
미국인 특유의 자유분방함의 결과일까? 싶다.
벤자민 프랭클린이라는 '사람'의 장점은 두가지 정도 꼽을 수 있는데 첫째는 '프레임에 갖히지 않는 개방성'이고, 둘째는 '독서력' 이다. 종교, 생활습관, 정치적 이념, 사고방식에 고정관념을 갖고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배울점들을 꾸준히 발견해내고 자기화 시키는 모습은 배울점이다.
둘째로 어린시절부터 습관이되어 꾸준했던 독서력만큼은 배울점이다. 도서를 쉽게 구하기 어려운 환경속에서 독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모아 모임을 만들어내고,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자기계발'의 성격을 가진 자서전은 아니다. 하지만 벤자민 프랭클린이라는 사람 자체에서 느껴지는 인간미, 성실함, 자기성찰의 습관은 기존에 한국판 '자기계발서'가 아닌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