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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번째 책]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1000권 독서 2018. 8. 18. 15:42
책 속의 한 구절
이런 자의 생명을 빼앗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지만 적어도 그 생명을 빼앗지 않으면 내 딸이 너무 불쌍하다 - 재판이 있을 때마다 피고인석에 앉은 하루키와의 작은 등을 노려보면서 나카하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재판장은 판결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재판장은 범행의 잔학성과 악랄함은 인정하면서도 계획성이 없다, 반성의 기미가 보인다, 갱생을 기대할 수 있다, 극형에 처하기에는 일말의 주저함이 있다 등, 사형을 피하기 위한 변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재판장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당장이라도 앞으로 뛰어나가서, 이 나라의 사법제도는 왜 이렇게 엉망이냐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디 피고를 사형에 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아니, 그렇게 해도 피고는 죗값을 치를 수 없습니다. 그만큼 피고는 무거운, 아주 무거운 죄를 저지른 겁니다.
범죄자를 일정 기간 복역시켜서 범죄를 막는다는 발상 자체가 환상이 아닐까. 국가의 책임 회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런 형벌 시스템은 한시라도 빨리 재고해야 한다고 이번 취재를 통해서 통감했다.
우리는 듣고 싶네. 피고에게 사형을 구형한다는 말을. 가령 사형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법정에 사형이라는 말이 울려 퍼지게 하고 싶네. 그 마음을 이해하겠나?
하루키와도 결국 진정한 의미의 반성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형 판결은 그를 바꾸지 못했지요.
하라니는 약간 사시인 눈으로 나카하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사형은 무력합니다”
대체 누가 ‘이 살인범은 교도소에 몇 년만 있으면 참사람이 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두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교도소에 들어가도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 사람이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아무런 무게도 없늘지 몰라요. 하지만 남편이 지금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그렇지 않아요. 너무나 무거워서 꼼짝도 할 수 없는, 무겁고 무거운 십자가예요.
사람은 죽인 자는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가, 아마 이 의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없겠지요. 이번에는 당신이 고민해서 내린 대답을 정답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분명히 모순투성이군요”
“인간이 완벽한 심판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일지고 모르지요”'1000권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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