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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8번째 책] 이방인 - 알베르 카뮈 (★★★☆☆)
    1000권 독서 2018. 8. 25. 07:45



    책 속의 한 구절


    『이방인』을 아무런 영웅적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한 사내의 이야기라고 읽는다면 과히 틀리지 않은 셈이다.

      

         엄마의 관 위에 덮이는 핏빛 흙더미, 거기 섞여 드는 풀뿌리들의 하얀 살, 또다시 사람들, 목소리들, 마을, 카페 앞에서의 기다림, 끝도 없이 부릉거리는 모터 소리, 그리고 버스가 빛의 둥지 알제에 들어서며 마침내 잠자리에 들어 12시간 동안 잘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순간 내가 느꼈던 기쁨.

      

         언제나처럼 또 하루의 일요일이 지나갔고, 엄마는 이제 땅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일터에 나갈 것이고, 그리고 어쨌든 아무것도 바뀐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선 내 인생을 바꿔야만 할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문제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나는 불행한 인간이 아니었다. 학생이었을 때야 나도 그런 종류의 야심을 상당히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학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자, 나는 그 모든 것이 현실적으로 아무런 중요성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주 빨리 깨달았던 것이다.

      

         사장은 내게 삶에 변화를 주는 데 큰 관심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은 결코 삶을 바꿀 수 없다고, 모든 삶이 어쨌든 나름의 가치를 지니는 법이며, 따라서 여기서의 삶도 내게는 전혀 싫지 않다고 대답했다. 사장은 불만스러운 눈치였다

      

         내게 엄마 장례식 날 과연 슬픔을 느꼈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나는 크게 놀랐다. 나라면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만 할 경우 지극히 난처해했을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약간은 잃어버린 나로서는 그 문제에 관해 뭐라 답하기가 힘들다고 말한 뒤 대답을 이어 갔다.

      

         어쨌든 한 가지 사실이 막연하게나마 내 마음에 걸렸다. 조심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때때로 이야기에 끼어들고 싶었고, 그때마다 변호사는 내게 〈말하지 마세요. 그게 당신 사건을 위해선 더 낫습니다〉라고 이르곤 했다. 어떤 식으로 보자면 그들은 나를 제쳐 놓고 내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했다. 모든 것은 나의 개입이 배제된 채 진행되었다. 내 운명이 내 의견의 반영 없이 처분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규범조차도 모르는 이상 사회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존재이며, 인간 마음의 근본적인 반응들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르는 이상 그 마음에 대고 호소할 자격이 없다고 선언했다

      

         지금 내 관심을 끄는 문제는 정해진 기계적 과정을 피하는 것이 가능할지, 불가피한 것에 혹 어떤 탈출구가 있을지 아는 일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고, 그처럼 전적으로, 송두리째 죽고 말리라는 생각을 품은 채 살겠다는 말입니까?」 〈예〉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를 동정한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으로는, 그런 것은 한 인간으로서 견디기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엄마에 대한 사랑이 다 무슨 소용이야. 당신이 말하는 신, 사람들이 선택하는 저마다의 삶, 그들이 고른 운명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뭐가 중요할까. 유일한 하나의 운명이 하필 나 자신을 뽑아 들어야 했고, 그럼으로써 나와 더불어 무수히 많은 특권자들까지도 한꺼번에 자동으로 선택했는데. 그들 또한 당신처럼 자기들이 나의 형제라고들 하지. 이해하겠어? 그러니까 내 말 이해되느냐고. 모든 사람이 다 특권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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