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종.문종실록 편은 한국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파편화된 이야기를 통해 긍정적인 모습만을 기억하는 세종과 황희에 대한 환상을 깨뜨려주는 책이다.
우선 태종은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 물러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는 왕으로서 행해지는 번잡하고 귀찮은 일들은 세종에게 맡긴 채 실권은 여전히 왕위에서 물러난 태종이 쥐고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또한 태종은 자신의 왕비의 권세가들 뿐만아니라 세종의 왕비 가문까지도 사실에 없는 혐의를 몰아가면서 몰락시킨다.
태종과 세종은 각자의 역할이 있었던 것 같다. 태종은 시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권세가들의 욕심을 강력한 왕권으로 완전히 제어하였고, 세종은 안정적인 왕권을 기반으로 유교를 중심으로한 법치국가를 실현하며 나라의 기틀을 잡아간다.
세종도 태종과 같이 현실주의가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예가 바로 황희를 발탁하는 모습이다. 황희는 실록에 기록과 같이 욕심과 흠이 많았던 사람이다. 황희가 쌓은 부는 권력을 통해 뇌물을 받아 증식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세종은 황희의 조선을 이해하고 통시적 안목으로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황희같은 존재가 필요했고, 그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대소사에 항상 황희의 의견을 묻는 등 중대한 역할을 감당하게 했다.
나라의 기틀을 잡아가는 세종의 능력은 가히 팔방미인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 과학, 군사무기, 농업, 천문학 가릴 것없이 실생활에 밀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뚝심 있게 책과 연구 결과물들을 뚝딱뚝딱 만들어 낸다. 그리고 세종의 업적으로 가장 뛰어난 훈민정음을 만들어 내기까지 한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드는 것은 집현전 학자들과 조정대신들에게는 밝히지 않고 이뤄졌다. 그 이유는 사대주의에 빠져있는 대신들이 훈민정음 창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더라도 이를 반대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세종의 가장 큰 장점은 적재적소에 인재들을 등용하여 그들의 능력을 펼쳐낼 수 있는 기회를 줄줄아는 리더라는 점이다. 또한 눈앞의 결과에 급급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항상 보다 더 나은 모습을 바라며 안주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완벽할 수 없음에도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이 가히 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의 한국이 있기까지 뚝심있게 자신의 맡은 역할과 자리를 지키고 노력하는 한국인의 근면함의 대표적인 예가 당연 세종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