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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2번째 책] 콰이어트(Quiet) - 수전 케인 (★★★☆☆)
    1000권 독서 2018. 8. 30. 23:03



    책 속의 한 구절


    오늘날 우리는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편향된 성격 유형에만 점수를 준다. 사람들은 훌륭해지려면 대담해야 하고, 행복해지려면 사교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곳을 외향적인 사람들의 나라라고 여긴다. 이것은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외향성 이상’을 떠받드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내향적인 사람은 남자들의 세상에 사는 여자처럼,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특성 때문에 무시당한다. 외향성은 대단히 매력적인 성격 유형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동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억압적인 기준으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좀 더 느리고 신중하게 일한다.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를 좋아하고 집중력도 대단히 좋은 편이다. 부와 명예 같은 떡밥에는 잘 넘어가지 않는다.

      

         외향적인 사람은 저녁식사 모임을 활기차게 만들어주고 남들의 농담에도 기껍게 웃는다. 자신감 있고, 지배하려 들고,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매우 좋아한다. 이들은 생각나는 대로 말해버린다.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할 말이 없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결코 말하려고 하지 않은 얘기까지 불쑥 내뱉어버릴 때가 있다. 갈등은 괜찮지만 고독은 힘들어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사교술도 뛰어나고 파티와 사업 미팅을 즐길 수도 있지만, 잠시 지나고 나면 집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가까운 친구, 가까운 동료, 가족에게 에너지를 집중하는 쪽을 좋아한다. 말하기보다는 듣고,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보다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쪽이 낫다고 느낄 때가 많다. 갈등을 싫어하는 편이다. 수다는 두려워하지만, 깊이 있는 논의는 즐긴다.

      

         외향적인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를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전통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리스인은 웅변술을 최고의 능력으로 여겼으며, 로마인은 화려한 사교생활로 가득한 도시로부터의 추방을 최악의 처벌로 간주했다.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열변을 토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며, 상대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일을 더 중시한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얼마나 잘 이야기로 풀어내느냐가 대화에서 중요한 반면, 중국에서는 불필요한 얘기로 상대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는 말 많은 사람을 지도자로 보는 경향도 있다. 누군가 말이 많을수록, 다른 멤버들이 그 사람에게 주목하게 되고, 회의가 길어지면서 그 사람의 권한은 점점 커진다. 말을 빨리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말이 빠른 사람을 더 능력 있고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걱정스럽게도 말은 잘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갔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잡담 능력과 재능은 혼동하기가 아주 쉽죠. 어떤 사람이 프레젠테이션도 잘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 그런 특성 때문에 보상을 받아요. 왜 그런 걸까요? 그런 특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린 프레젠테이션에는 지나치게 무게를 싣고 내용과 비판적 사고에는 별로 무게를 싣질 않고 있어요.

      

         내가 지난 15년간 만나보고 함께 일해본 가장 효율적인 지도자들 중 일부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지냈고 일부는 극도로 사교적이었다. 일부는 빠르고 충동적이었지만 일부는 상황을 곰곰 살피며 한참 고민한 뒤에야 결정을 내렸다. …… 내가 만난 효율적인 사람들의 한 가지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에게 ‘뭔가’가 없다는 점이었다. 즉, 그들은 ‘카리스마’가 거의 없었고 그 말 자체도 거의 안 썼으며 그 단어가 뜻하는 바대로 행동하지도 않았다.

      

         브리검영대학교 경영학 교수 브래들리 에이글Bradley Agle은 128개의 주요 기업 CEO들을 연구하여 최고경영진들에게 카리스마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이들이 연봉은 더 많이 받았지만 실적은 좋지 않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분석해보니, CEO의 성격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기업들은 하나같이 다윈 스미스처럼 꾸밈없는 사람들이 이끄는 곳이었다.” 이런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단어로 그들을 묘사한다. ‘조용하다, 겸손하다, 소박하다, 말이 적다, 수줍음을 탄다, 품위 있다, 온화하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절제되어 있다’.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제안을 받아들일 확률이 20퍼센트 높았고, 그들이 이끄는 팀은 외향적인 지도자들이 이끄는 팀보다 24퍼센트 나은 결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능동적이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지도자들이 하라는 대로만 할 뿐 자신이 아는 셔츠 접는 법을 제안하지 않았을 때는 외향적인 지도자들이 이끄는 팀이 내향적인 지도자들이 이끄는 팀보다 22퍼센트 나은 결과를 달성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능동적인 사람들을 이끄는 데 유달리 잘 맞는다고 지적한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상황을 지배하는 데 무관심하다는 성향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들은 제안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시도해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사람들의 재능에서 도움을 받고 나서 더더욱 그들에게 능동적으로 행동하도록 독려하기 쉽다. 바꿔 말해서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능동성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데 몰두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놓치고 사람들이 수동성에 빠져들도록 할 소지가 있다. 프란체스카 지노는 말한다. “결국 지도자들은 말을 엄청 많이 하게 되고 사람들이 제시하려고 하는 아이디어를 전혀 듣지 않게 될 때가 많더군요.” 하지만 영감을 주는 타고난 능력으로,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수동적인 일꾼들과 함께할 때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준다.

      

         맥휴가 말하려는 바는, 복음주의가 외향성 이상을 극단까지 몰아갔다는 점이다. 예수를 큰 소리로 사랑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신과 영적으로 연결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개적으로 전시되어야만 한다.’ 맥휴 목사와 같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것이 이상한 일일까?

      

         내가 만나본 엔지니어와 발명가들은 대부분 나처럼 수줍음을 타고 생각이 많다. 거의 예술가 같다. 사실 최고의 엔지니어와 발명가는 정말로 예술가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마케팅이나 무슨 위원회에 맞춰서 디자인하는 사람들 없이 발명품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즉 ‘혼자 일할 때 가장 잘한다.’ 나는 위원회에서 정말로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낸 적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희가 발명가이면서 예술가인 그런 드문 엔지니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르는 조언을 하려고 한다. 그것은 이것이다. ‘혼자 일해라. 혼자서 일하면 혁명적이고 특색 있는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원회는 아니다. 팀도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창의성에 관해 그보다는 덜 명백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가설이 있다. 모두가 이 설명을 듣고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 “내향적인 사람들은 홀로 일하기를 좋아하고, 고독은 혁신에 촉매가 될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공공 부문에서 리더가 되는 경향이 있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론적이고 미적인 부분에서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 찰스 다윈, 마리 퀴리, 패트릭 와이트(오스트레일리아의 소설가, 노벨상 수상작가-옮긴이), 아서 보이드(오스트레일리아의 국민화가-옮긴이)와 같은 놀라운 내향적 지도자들은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냈거나 현존하는 지식 체계를 바꾸어놓은 사람들이지만, 긴긴 시간을 혼자 지냈다. 따라서 리더십은 사회적인 상황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새로운 기법을 개발한다든지 새로운 철학을 만들어낸다든지 심오한 책을 집필한다든지 과학적 도약을 이뤄내는 등 좀 더 조용한 환경에도 적용된다.

      

         세 그룹은 모두 거의 같은 시간, 그러니까 일주일에 50시간 이상을 음악 관련 활동에 투자했다. 세 그룹 모두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유사한 과제가 제시되었다. 하지만 뛰어난 두 그룹은 음악 관련된 활동 시간 중 대부분을 ‘혼자서 연습했다.’ 최고의 그룹은 일주일에 24.3시간, 즉 하루에 3.5시간 동안 혼자서 연습했는데, 이는 세 번째 그룹이 일주일에 9.3시간, 하루에 1.3시간 혼자서 연습한 것과 대조된다. 최고의 연주자들은 ‘혼자 연습하기’를 음악 관련 활동 중 가장 중요한 일로 꼽았다. 엘리트 음악가들은 (그룹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악단과 함께 연습하는 시간을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과 비교하면 ‘여가 시간’으로 여기고, 혼자 연습할 때 정말 해야 할 일을 해낸다.

      

         여러 분야에서 오직 혼자 있을 때만 ‘의도적인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연습은 그가 보기에 탁월한 성과의 문을 여는 열쇠다. 의도적으로 연습할 때, 우리는 자신이 도달해야 할 정확한 지점을 알고 자기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애쓰며, 자신의 진전 정도를 점검하고, 그에 따라 방향을 조정한다. 이런 기준에 못 미치는 연습 시간은 덜 유용할 뿐 아니라 거꾸로 역효과를 낳는다. 기존의 인지 기제를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프로그래머는 최악의 프로그래머에 비해 10대 1의 비율로 성과가 높았다. 최고의 프로그래머는 중간 프로그래머보다도 약 2.5배 성과가 뛰어났다. 디마코와 리스터는 이런 깜짝 놀랄 차이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했는데,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법한 요인들은, 이를테면 경력, 연봉, 작업에 투자한 시간 등은 결과와 거의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10년 경력의 프로그래머도 2년 경력의 프로그래머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중간치 이상을 달성한 절반의 프로그래머들은 그 이하의 사람들보다 평균 10퍼센트 연봉이 낮았다. 실력은 거의 두 배나 좋았는데 말이다. ‘무결점’ 결과물을 내놓은 프로그래머들은 실수가 있는 사람들에 비해 시간을 더 많이 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간 덜 썼다.

     

      

         최고의 성과를 낸 프로그래머들 중에 사생활, 개인 공간, 물리적 환경을 통제할 자유,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가장 많이 주는 회사에서 일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 중 62퍼센트가 업무 공간에서 사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한 반면, 최악의 성과를 낸 사람 중에는 고작 19퍼센트만이 이렇게 답했다. 최악의 성과를 낸 사람 중에는 78퍼센트가,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 중에는 고작 38퍼센트만이 주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방해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열린 사무 공간과 관련해 실시한 최근의 산더미 같은 데이터도 이 게임의 결과를 확증해준다. 열린 사무공간은 생산성을 깎아먹고 기억에 손상을 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과도 연관된다. 사람들이 아프거나, 적대적으로 행동하거나, 동기를 잃어버리거나, 불안해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열린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은 고혈압과 스트레스 과다로 고통 받기 쉽고, 독감에 걸리기도 쉽다. 동료들과도 더 자주 다툰다. 동료들이 자기 통화 내용을 엿듣거나 컴퓨터 화면을 감시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동료들과 사적이고 비밀스런 대화를 하는 비율이 낮다. 시끄럽고 통제 불가능한 소음에 노출될 때가 잦은데, 이에 따라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투쟁 도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되고, 사교적으로 냉담해지고 성마르거나 공격적이거나 비협조적인 성향을 보인다.

      

         조직심리학자 에이드리언 퍼넘Adrian Furnham은 이렇게 썼다. “과학적 근거를 보면 기업 사람들이 집단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재능 있고 의욕적인 사람들이 있다면, 창의성이나 효율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는 혼자서 일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내향성-외향성이 공생하는 관계, 즉 리더의 역할과 기타 역할이 사람들의 타고난 장점과 기질에 따라 배분되도록 능동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가장 효율적인 팀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건전하게 섞여 있고, 리더십의 구조도 다양하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케이건이 예측한 바로 그대로 되었다. 반응이 강한 아기들, 머리 위에서 흔들리던 모빌에 소리를 지르던 20퍼센트의 아이들이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자라날 확률이 높았다. 반응이 약한 아이들, 즉 조용하던 아이들은 좀 더 느긋하고 자신 있는 유형으로 자랄 확률이 높았다. 다시 말해서, 고 반응과 저 반응은 각각 내향성과 외향성에 연결된다.

      

         케이건은 특별히 자극을 잘 받는 편도체를 타고난 아이들이 낯선 물체를 보게 되면 꿈틀거리고 소리를 지를 것이라고,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좀 더 경계해야 한다고 느끼는 아이로 자라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리고 결과는 예상과 같았다.

      

         반응성 높은 아이들이 예술가와 작가와 과학자와 사상가로 자라날 확률이 더 높은 까닭은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성향 탓에 익숙한 (그리고 지적으로 비옥한) 두뇌 속에서 더 시간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여러 심리학자들은 아이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서 부모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 양심이 형성된다고 믿는다. 양육자의 못마땅한 반응에 아이는 불안해지고, 그것이 기분 좋은 느낌이 아니므로 반사회적 행동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것은 부모의 행동 기준을 내면화하는 과정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핵심에는 불안이 있다.

      하지만 반응성이 극도로 낮은 아이들이 실제로 그렇듯, 다른 아이들보다 별로 불안을 느끼지 않는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아이들에게 가치관을 심어주는 최선의 방법은 보통, 긍정적인 역할모델을 보여주고 무모한 성향을 생산적인 활동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고 반응성의 기질에 위험 요소들이 있다는 점을 꽤 오래 전부터 알았다. 이 아이들은 부모의 사이가 위태롭거나, 부모가 사망하거나, 학대당하는 것 등의 압박에 특히 상처받기 쉽다. 이 아이들은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우울, 불안, 수줍음 등의 반응을 보이기 쉽다.

      

         반응성 높은 아이에게 이상적인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내게 유창하게 묘사한다. “아이의 신호를 읽고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 뭔가를 요구할 때는 혹독하거나 적대적인 방식이 아니라, 온화하지만 단호하게 하는 사람. 호기심, 학업 성과, 만족 지연, 자제력을 장려하는 사람. 혹독하지 않고, 아이를 무시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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