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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2번째 책]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 (★★★★☆) - 이토 모토시게
    1000권 독서 2018. 9. 16. 18:53


    책 속의 한 구절


    인재 채용의 변화는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기업들은 더 이상 명문대 졸업장만 보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지식들이 검색만 하면 바로 나오기 때문에 지식을 더 많이 아는 자에겐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지식으로 무엇을 하려는가?’이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경험을 통해 쌓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직접 그 일을 해 보며 배우는 것,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이다.

      

    나는 학교를 떠나 직장에 안착한 당신에게 당부한다. 더 이상 ‘공부’할 생각 말고, 그냥 그 일을 하라. 공부로 얻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고, 당신은 지금까지 너무 많은 공부를 해 왔다. 지금은 실패할지언정 그냥 일에 모든 걸 쏟아부을 때다. 그렇게 경험이 쌓여야 ‘일머리’가 생기고, 당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조금은 선명해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뜻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로 점철되어 있는 인생길에서 목적이 뚜렷한 사람은 순간순간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앞을 향해 나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남들이 좋다는 것, 남들이 인정해 주는 것을 좋아하고 따라 하는 데 익숙하다. 좋은 직업과 높은 직위를 얻고자 애쓰는 것도 알고 보면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그것들을 쟁취하고 나면 공허함이 밀려온다. 진짜 원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돈 많이 주는 직장에 들어가는 등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를 남들에게 인정받으며 자라 왔다. 그래서 선택의 순간이 오면 무의식적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외면하고 단기적인 투자에 몰두한다. 그 결과 사회적으론 승승장구하지만 사생활은 점점 더 불행해지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인생에 목적이 있는 사람은 쉽게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적은 삶의 나침반과도 같다. 나침반이 있는 한 시간이 오래 걸려도 결국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한다. 마찬가지로 삶의 목적이 있으면 단기적인 실패나 성공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긴 안목으로 소중한 자원을 적절한 곳에 투자할 줄도 안다.

      

    50세를 기준으로 둔다면, 당신은 아마도 생의 절반을 지나왔을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당신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인생은 장기전이다. 나침반이 없으면 잠깐은 순항하겠지만, 얼마 못 가 거친 인생의 바다 속으로 휘말려 흔들릴 것이다. 그러니 이 질문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천재라고 하면, 영감이 떠올랐을 때 순식간에 걸작을 생산하는 사람을 상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의 대부분이 엄격한 규칙을 지키고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살아간다. 음악 비평가 어니스트 뉴먼은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작곡가는 영감을 받아 작곡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작곡을 시작하고 나서 영감을 받는다. 베토벤, 바그너, 모차르트, 바흐는 모두 날마다 마음을 다잡고 눈앞의 일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들은 영감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잡스는 끊임없이 소수의 제품에만 주력하도록 독려했다. 그는 늘 이런 주문을 되뇌었다고 한다.

    “잘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불필요한 일들을 거부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축적된 내공이 없다면 기회를 잡아도 오래가지 못하고 흔들린다. 그러니 노력이 당장 빛을 발하지 못한다고 조급해하지 말자. 서른다섯 살까지는 인생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중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잘된 사람과 나를 견준다. 그러다 보면 ‘나에겐 그런 기회가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매일매일 능력을 갈고닦은들 과연 무슨 소용일까’ 하는 냉소적인 기분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인생의 기초 체력을 쌓는 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생의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 믿어야 한다. 그렇게 쌓고 쌓으면 언젠가 알게 된다. 당신 앞의 모든 순간이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꽤 괜찮은 기회라는 사실을 말이다.

      

    “낡은 로켓을 떼어 내려면 그 안의 연료를 남김 없이 연소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젊은 시절에 목표한 바를 이루지 않고 그 로켓을 떼어 내선 안 됩니다. 나의 경우, 우선 연구자로 인정받기 위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다섯 편 이상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었기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지요.”

    선생의 말은 내 마음에 깊숙이 박혔다. 그때까지 나는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해 왔다. 시험을 통과할 정도면, 논문을 패스할 정도면, 유학을 갈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선생의 말은 공부의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옮겨 오게 만들었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공부하고 있는가’, ‘내 로켓의 연료를 얼마나 연소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엄중하고 혹독하게 물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예상하지 못한 변화의 연속이다. 게다가 변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러므로 제아무리 노력해도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기란 불가능하다. 모든 계획은 현실 앞에 서면 허점투성이가 되고 만다. 결국 기업은 불완전한 지도를 들고 모험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실에 맞서 부딪치고 깨지면서 지도를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살다 보면 눈앞의 시험과 업무에 파묻혀 고개 돌릴 틈도 없이 바쁜 시기가 반드시 온다. 그럴 때 현장을 돌아보거나 교양을 쌓는 활동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당면 과제에만 매몰되어선 안 된다. 책상을 벗어나 세상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현장을 가까이 하려는 의지를 놓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업무에 대한 미시적인 관점과 일에 대한 거시적인 시선을 함께 키워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보는 협소한 세계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전문가바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새로운 시도가 눈앞의 문제 해결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책상에 앉아 맡은 일에 몰두하는 사람보다 세상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두루두루 경험해 보는 사람이 결국엔 더 크게 성공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왜냐하면 새로운 경험에 열려 있는 사람은 세상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이에 자신을 유연하게 적응시키는 반면, 반복적인 일에만 자신을 노출하는 사람들은 일상의 대부분을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나 공부를 할 때 키워드나 개념 중심으로 정리하되, 그 내용은 반드시 자기 관점을 담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보라고 말이다. 책을 읽고 본문 그대로 메모하는 것은 금방 잊어버릴뿐더러 사고력을 확장하는 데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부족하고 수준이 낮아 보여도 자기만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그래야 남의 지식이 아닌 나의 지식이 남는다.

      

    나는 하루도 산책을 거르지 않는다. 매일 대학에서 도쿄 역까지 걸어가는데, 전철을 타면 30분이면 도착하지만 걸으면 1시간이 걸린다. 어떻게 보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나 더 할 수 있는데, 두 배의 시간을 들여 걷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1시간은 무엇보다도 내게 중요하다. 나는 걷는 동안 내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연구 주제를 깊이 파고들기도 하고, 새 책을 구상하기도 하며, 학생들을 떠올리며 가르침의 방향을 점검해 보기도 한다. 그렇게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힌트를 얻고, 일에 대한 관점을 재정비하고, 삶의 각오를 다진다. 그러므로 산책을 포기하는 건 내 삶을 통찰하는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당신도 절대 산책을 포기하지 마라. 특히 일에 쫓겨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산책이 꼭 필요할 때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들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성공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투자 정보를 구할 게 아니라 먼저 투자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투자의 철학은 경제나 경영학뿐만 아니라 신학,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 고전을 읽음으로써 다져진다고 덧붙인다.

      

    당신에게 하루 2시간씩 노벨상 수상자들로부터 개인 지도를 받을 기회가 온다면 당신은 그 기회를 포기하겠는가? 아마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서점에 가면 노벨상 수상자에 버금가는 현자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사상은 오랜 시간의 흐름을 이겨 낸 인간 사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독서를 권한다. 책을 읽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지나가는 미풍과 본질적인 변화의 바람을 구분할 줄 알고, 인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행동한다. 그러므로 당신도 세계 최고의 투자자처럼 뚝심 있게 인생을 이끌어 가고 싶다면, 두말할 것 없이 책을 읽어라.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즉 오래된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은 창의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며 이것은 과학 분야에 진정한 발전을 가져온다.” 과학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관점은 일에 발전을 가져오고, 일상을 달라지게 하고, 결국 인생을 바꾼다. 그러니 다수가 옳다는 것들을 한 번쯤은 철저하게 의심해 보자. 주변의 말들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머리로 판단해 보라. 인간의 의심이 결국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음을 잊지 말자.

      

    상사는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어떤 말도 상사의 귀를 거치면 동일한 의견으로 수렴된다. 논리적으로 반박하려 들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억누른다. 결국 부하 직원은 입을 굳게 닫는다. 그렇게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소통은 단절되어 버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논리적인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가에 따라 설득 여부가 결정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전문 지식이 설득에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경우는 1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호감이나 신뢰처럼 인간적인 요소가 설득을 이끌어 낸 경우가 50퍼센트 이상이었다.

    그래서 경청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경청의 자세를 보일 때, 상대방은 완강한 울타리를 허물고 당신과 진심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논리적인 설득은 그 다음에야 가능하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우선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라. 똑똑한 백마디 말보다 묵묵히 들어 주는 태도가 설득에 훨씬 효과적이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설득 이전에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바로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내가 몰랐던 것을 상대가 파악하고 있을 수 있고, 상대의 부족한 점을 내가 채워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배우고 얻어 갈 부분이 있기에 우리는 대화도 하고 협상도 하고 설득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옳음’을 주장하기 전에 ‘내가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배움의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매일 책을 한 권씩 읽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처음 실천할 당시,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거침없이 도전했다. 그중에는 조사 빼고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책들도 많았다. 그래도 무조건 읽었다. 또 전공과 관련된 책이 아니더라도 다양하게 접했다. 어떻게 보면 두서없는 ‘잡식 독서’를 한 셈이다. 처음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때 읽은 것은 어디 날아가지 않고 결국 나의 자산으로 고스란히 쌓였다. ‘하루 한 권 읽기’로 만들어진 나만의 ‘잡식 독서 리스트’는 다양한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이 핵심인 경제학 공부를 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비단 학문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독서는 나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더 깊고 넓은 시야를 선사했다.

      

    건강을 위해 매일 비타민을 챙겨 먹거나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처럼, 우리의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 나는 처음에는 매일 30분씩 시간을 내서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자세다. 대개 ‘인맥 관리를 한다’는 말을 ‘나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들만 곁에 둔다’든지 ‘이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이득을 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바로바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미련 없이 관계를 정리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얕은 꼼수는 상대방에게도 다 보이기 마련이다. 인간관계란 일시적으로 노력을 쏟는다고 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득한 자세와 진실한 마음으로 소중하게 키워 나가야 한다. 그러면 먼 훗날,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수확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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