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한 구절
평생을 바쳐 열심히 일하고도 노년에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면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이런 얘길 하면 한결같이 돌아오는 말이 애들 교육시키느라 노후 준비를 못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답변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이들 교육비는 어느 정도 들어가야 하지만, 그것이 부모 자신의 노후 생활비를 끌어다 써야 할 만큼 엄청나다는 말인가?
왜 그렇게까지 사교육에 돈을 쏟아붓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것은 부자가 되는 길과 정확하게 반대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는커녕 밑 빠진 독에 하염없이 물을 길어다 붓는 꼴 아닌가
귀한 아들딸을 단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고작 공부 잘하는 학생, 성실한 월급쟁이로 만드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펀드매니저로서 말하자면, 투자 대비 수익이 가장 형편없는 것이 사교육이다.
부자가 되려면, 그리고 자식이 잘살기를 바란다면 엄마 자신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나오는 것이 부로 연결되는 시대가 아니다. 월급만 가지고는 평생 걸려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시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돈 버는 방법, 그것은 자본가가 되는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남을 위해 일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해야 한다.
이런 엄마들도 나름대로는 속사정이 복잡할 것이다. 남의 아이가 새벽 2시까지 학원 투어를 다니는 모습을 보면 내 아이가 집에서 자고 있는 걸 두고 보기가 불안해진다. 옆집 아이도 그 옆집 아이도 다 사교육을 받고 있기에, 따라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아 두렵다. 돈이라도 쏟아부어야 그나마 불안감이 덜해지고 부모 할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없애는 교육이다. 학습에는 단계가 있고, 단계마다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가 있다. 그런데 그 단계를 무시하고 선행학습을 시키면, 제대로 이해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음은 물론 공부를 힘겨운 노동으로만 여기게 된다.
진정한 인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 인재로 키우려면 끊임없이 남과 다른 생각을 하도록 연습시켜야 한다. 계속 의문을 던지게 해야 한다. 남들이 이미 만든 것을 암기하게 하는 것은 최악의 교육 방식이다. 선행학습에 돈과 열정을 쏟는 대신 많은 책을 읽게 하고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이 성공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다양한 경험을 한 아이가 더 경쟁력 있는 어른으로 자란다.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교육이 아니다. 문제를 접했을 때 스스로 여러 방안을 생각해보고, 하나의 현상을 보고도 자기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어야 정신적인 성장이 이뤄진다. 남들이 엉뚱하다고 하든 말든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구축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 스스로는 어떤 모험도 감행해본 적 없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결정력을 가지지 못하고 부모의 그늘에
머무르려 한다.
한국의 지나친 사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건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이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기는 그만두고 싶어도 다른 집이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가 학원에 안 다니면 같이 놀 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궁색한 핑계에 불과하다. 자신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변화가 이처럼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데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라’는 조언이 유효할까? 지금의 기성세대는 자녀들에게 어떤 직장에 취직하라거나 어떤 직업을 가지라거나 하는 조언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 아닐까?
한국의 엄마들은 자녀를 월급쟁이로 기르는 데 여념이 없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게 첫 번째고, 졸업하고 나면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길 바란다. 만약 그게 안 된다면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는 게 차선이라고 여기며,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극구 말린다. 안타까운 것은, 엄마들이 생각하는 이런 우선순위는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 성공할 확률과는 정확하게 반대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돈을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돈 많은 놀부는 미워하고 자식 굶기는 흥부는 미화한다.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왠지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주의를 외면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사실 주식투자는 교육적 효과도 높다. 주식을 통해 세계 각국 사람들의 철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에 대해 알려면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그 나라 주식을 사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주식 가격에 정치, 경제, 문화가 반영되기 때문에 투자할 기업을 찾느라 조사를 하다 보면 그 나라에
대해 저절로 공부가 된다. 그뿐인가. 이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쯤 되면 투자 효과가 나타나 큰돈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돈으로 창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기에 진로에 대한 선택의 폭도 훨씬 더 넓어진다.
부를 창조하는 사람의 생활방식과 부를 파괴하기만 하는 사람의 생활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비싼 차를 사나 싼 차를 사나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건 똑같으니, 굳이 돈을 많이 쓸
이유가 없다. 게다가 요즘엔 기술이 하도 좋아서 아무리 저렴한 차라 해도 필요한 기능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굳이 비싼 차를 구입하는 행위에는 남에게 부자로 보이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부를 창조하는 사람과 부를 파괴하는 사람이다. 필요 없는 지출을 줄이고,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전자에 속한다. 반대로 본인의 수입보다 과도하게 지출하는 사람들은 후자에 속한다.
생각으로는 출혈이 크면서도 가장 쓸데없는 지출이 바로 사교육비다. 사교육비는 그 성격 자체가 남들을 따라잡거나 남들을 능가하기 위해 쓰이는 돈이다. 나의 특성을 살려 나를 키우는 것보다 순전히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나아 보이기 위한 지출이다. 그런 교육은 자녀를 부자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교육비는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쏟아붓는 돈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자본가가 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소비가 주는 자극적인 즐거움에 앞서 자본을 가지고 이익을 창출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주식투자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모래처럼 다달이 가계부에 적자만 남기고 사라지는 사교육비. 이제는 과감하게 사교육을 끊고 자본이 일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이 일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진국들처럼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이다
확정급여형(DB)은 말 그대로, 자금 운용의 성과와 관계없이 회사가 근로자에게 주는 퇴직급여액이 정해져 있다.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의한 계산식으로 확정된다. 성과가 좋으면 회사의 지급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성과가 나쁘면 돈을 더 보태서 지급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DB 운용은 매우 보수적으로 이뤄진다. 주식 등의 편입 비중이 무척 낮고 원리금을 보장하는 상품에 대부분 투자되고 있다.
확정기여형(DC)은 근로자가 운용하는 연금이다. 회사는 매월 정해진 금액을 직원의 퇴직연금 통장으로 이체해줄 뿐이며, 운용 책임은 직원 자신이 진다. 따라서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를 늘릴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퇴직급여인 만큼 시간이 충분하여 장기 운용에 따른 성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첫째,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금펀드가 꼭 필요하고 퇴직연금도 DC형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둘째, 운용 포트폴리오에 주식 비중을 최대화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으로 수령하라는 것이다. 퇴직연금제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수급 연령에 이르렀을 때 연금으로 신청하는 비율이 7%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이 일시금으로 수령한다고 한다. 당장 목돈이 필요한 사정이야 누구에게든 있겠지만, 이 돈은 노후를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주식투자를 거의 도박처럼 여긴다. 중독이니 폐인이니 패가망신할 일이니 하는 말까지 공공연히 한다. 주식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가계 자산도 상당히 특이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보다 주가만 보고 매매하는 행태가 훨씬 많다. 서점에 가면 단기간에 수익을 내준다는 기법서들이 차고 넘친다. 차트를 보여주고 쌍바닥이니 골든 크로스니 해가며 이런 패턴이 나오면 곧 상승할 것이니 매수하라는 식이다.
그 툴들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정교하다 해도 기본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 바로 과거의 모습을 미래에 반영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차트는 단지 주가가 그렇게 지나왔음을 보여주는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미래에도 재현될지 어떨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이런 기법들을 적용하면 단기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
한쪽에서는 주식을 회사의 지분이라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위험한 자산이라고 한다. 미국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통해서 노후 준비를 하는 데 비해 많은 한국 투자자들은 남들보다 정보를 먼저 알아서 잽싸게 사고팔아 단기간에 목돈을 만드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주식은 평범한 사람들이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좋은 기업을 골라 동업자의 마음으로 꾸준히 투자해야만 성장의 열매를 나눠 가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을 예측해서 단기간에 돈을 벌려는 ‘마켓 타이밍’의 환상부터 깨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들의 가치를 측정하기보다 주가의 움직임에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조금만 올라도 주가가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몰라 불안해하며 얼른 팔아버린다. 또 조금만 떨어져도 더 떨어질까 걱정한 나머지 손절매라는 이름으로 매도한다. 잠시도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주가 움직임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팔았다면 얼른 다른 주식을 사서 만회하려고 하고, 짧은 시간에 수익을 내고 팔았다면 그 기세를 이어가려고 금세 다른
주식을 산다. 손해를 봤든 이익을 봤든 감정적인 상태에서 계속 매매에 뛰어들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외국의 펀드매니저들이 특정 국가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측정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그 나라의 대학생들에게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질문해보는 것이다. 대학생들 대부분이 편안하고 안정적인 직업만을 고집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나라에 투자를 꺼리게 된다. 리스크를 감수하기 싫다는 것은 부의 창출에 관심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투자 철학을 가진 펀드매니저라면 학생들이 보다 역동적이고 부의 창출에 관심이 많은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어떤 주식을 사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경영진의 자질이다. 기업은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성장해가지만, 성장의 정도나 방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경영진이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으로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등의 중대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 바로 경영진이다.